하루에 네 번.

지장보살님이 계시는 내원궁으로 오르는 가파른 계단 앞에서
많은 생각을 담고 오르니 발걸음이 그리고 쇠잔한 어깨에 얹힌
짐이 짐짓 무겁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내려올 땐 언제 그랬냐는듯 새털과도 같은 홀가분함으로
내려오길 수차례...

기도는 그런것 같습니다.

덜어내고 담고, 또 담았다가 덜어내는 것이라는 것을...

돌계단 옆으로 내원궁 초입까지 이어져 있는 세 줄의 와이어를 보며 만감이 교차합니다.

수 많은 중생들의 발원이 오색찬란하게 빼곡히 매달려 간절한 마음으로 도솔천 극락정토의 부처님에게 전달되길 바라는 화려한 연등의 행렬이 바로 우리들 고단한 삶을 닮았으니까요.

그런거 보면 삶은 총천연색이라는것을, 그러나 그런 총천연색의 삶도 여름이 가면 가을이 오고 또 겨울이 오면 모든 것들이 또다시 원점으로 환원되는 순환의 법칙이라고 생각하면,
겨울을 더욱 회향의 계절로 기억하게 만듭니다.

언제부턴가 겨울이 좋아지기 시작했습니다.
남들만큼 갖고 사는 것(?) 이 없다보니 시절인연의
마지막 추운 심호흡이 어느새 내게 익숙해져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

아직도 풀어놓지 못한 무거운 짐을 어깨에 지고
돌계단을 오릅니다.

지나간 어느 화려했던 날.
누군가가 두 손 간절히 모아 걸어두었을 삶의 바램들이
허허로운 속절없는 소멸이 아닌 비로소 회향(回向) 의 청명한
공(空) 함으로 환원되었길 저 또한 진심으로 기도하며
한 계단, 한 계단 올라갑니다.

2011년 1월 23일 오전

내원궁 오르는 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