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왕삼매론 첫번째   2021-04-30 (금) 10:20
도솔암   283



'보왕삼매론(寶王三昧論)'
                                                        / 법정스님

신앙생활은 끝없는 복습입니다.
우리가 절에 가서 법문을 듣다 보면 대개 비슷비슷한 말씀 아닙니까.
신앙생활에 예습은 없어요.
하루하루 정진하고 익히는 복습이지요.
영적인 체험은 복습의 과정을 통해서 얻어지는 것입니다.
종교적인 체험이라는 것은 하루하루 비슷하게 되풀이되는
복습의 과정을 통해서 얻어집니다.
복습은 단순한 반복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입니다.
어제까지 익혔던 정진은 어제로써 끝나는 겁니다.
오늘부터 새로운 시작입니다.

지금까지 보왕삼매론 많이 들었죠?
이제 다시 복습 삼아서 말씀드립니다.
지금까지 들었던 것 모두 잊으세요.
그건 과거사예요.
오늘 이 자리에서 함께 음미하는 겁니다.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을 사바세계라 합니다.
사바세계가 무슨 뜻입니까.
범어 산스크리트에서 온 말인데
사하다트, 사하를 중국말로 옮기다 보니까 사바가 됐는데
이 말을 우리말로 하자면 참고 견디어 나가야 하는 세상이란 뜻이에요.
참을 인(忍)자, 흙 토(土)자 인토(忍土).
즉, 우리가 사는 세계를 사바세계 혹은 '참는 땅'이라는 겁니다.
또는 감인토, 견딜 감(堪), 참을 인(忍)자
즉 우리가 하루하루 살아나가는 것이
참고 견디어 나가는 세상이다, 이런 뜻입니다.

참고 견디면서 살아가는 세상이기 때문에 거기에 삶의 묘미가 있어요.
모든 것이 우리 뜻대로 된다면 좋을 것 같지만
세상사는 재미가 없을 거예요.
보왕삼매론은 이런 사바세계를 살아가면서
어떤 마음가짐을 갖고 살아야 할 것인가를
옛 선사들이 교훈으로 얘기한 것입니다.
말하자면 생활의 지혜예요.
또 순경계가 아니고 역경계 의 거스름 속에서 터득하는 생활의 지혜,
자기 관리에 대한 일종의 처세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제 제가 읽고 해설하겠습니다.


첫째, 몸에 병 없기를 바라지 말라. 몸에 병이 없으면 탐욕이 생기기 쉽다. 그래서 성인이 말씀하기를 '병고(病苦)로써 양약(良藥)을 삼으라' 하셨느니라.

이 몸이라는 게
지수화풍(地水火風)의 네 가지로 이뤄졌다고 하지 않습니까?
또 인간의 존재는 반야심경에 나오듯
오온, 즉 색수상행식, 물질적 요소와 정신적 요소가
합쳐서 만들어진 유기적 존재입니다.
본래부터 있었던 게 아니라
어떤 인연이 닿아 이런 형상을 갖추고 나왔습니다.
인연이 다 하면 이게 흩어지고 말아요.
그렇기 때문에 이 몸 자체가 무상한 거예요.
늘 변하는 겁니다.
고정돼 있지 않습니다.
생노병사라 하잖아요.
저를 오랜만에 본 신도나 스님들은
'아이구 스님두 이제 많이 늙으셨네요'합니다.
중이라구 안 늙는 재간이 있습니까?
부처님도 생노병사 하셨는데...
그게 우주의 질서예요.
그러나 영혼에는 생노병사가 없다고 하잖아요.
거죽은 생노병사가 있다지만 알맹이는 생도 없고 노도 없으며,
병도 없고 사도 없다는 겁니다.

그런데 여기에선 일상적인 우리를 갖고 얘기하는 겁니다.
몸에 어떻게 병이 없을 수 없습니까?
그게 유기체인데.
탈이 나는 거지요.
병을 앓을 때 신음만 하지 말고
그 병의 의미를 터득하라는 말예요.
평소에 건강했을 때 생각해 보지 못했던
일들을 앓을 때 생각해 보라는 겁니다.
이웃에게 고마움도 느껴야 하고
내가 하루하루를 어떻게 살아왔는가,
내 인생을 어떻게 살아왔는가,
내 인간관계는 어떠했는가,
나는 직장에서 얼마나 성실하게 살아왔던가 하는 것을
스스로 자기 성찰할 수 있는 계기로 삼으라는 겁니다.
병고 자체가 죽을병이 아니라면
그 병을 통해서 새로운 눈을 뜨라는 겁니다.
양약을 삼으라는 말이지요.
사람의 몸은 허망한 유기체입니다.

지금 우리가 이 자리에 함께 모여 있지만
이다음 순간 또 어떻게 될지 몰라요.
예측할 수 없는 존잽니다.
본래 그런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이 몸 가지고
늘 건강하기를 바라지 말라는 겁니다.
이 말은 즉 건강했을 때,
내게 건강이 주어졌을 때 잘 살라는 거예요.
허송세월 말라는 겁니다.
인생을 무가치한 곳에 쏟아 버리지 말라는 거예요.
육신의 병은 약으로써 다스릴 수 있지만
정신적인 병은 약으로 다스리지 못합니다.

오늘날 우리들은 얼마나 허약합니까?
옛날보다 가진 것도 많고 아는 것도 많고
여러 가지 편리한 시설 속에 살고 있는데
체력과 의지는 자꾸 떨어져요.
어떤게 몸에 좋다고 하면
하루아침에 모두 그 쪽으로 쏠리잖아요?
이렇게 허약합니다.
옛날 농사짓고 살던, 이런 흙에다 뿌리를 내리고 살던 시절에는
흙으로부터 많은 기운을 받아들였기 때문에,
그런 흙의 교훈을 몸소 익혔기 때문에 그렇게 허약하지 않았는데
이젠 자꾸 흙으로부터 멀어지니까, 대지로부터 멀어지니까
그렇게 허약해지는 거예요.
생각 자체가 허약해졌어요.
몸이 조금만 어떻다 하면 하루아침에 좌절하잖아요?

중생의 병은 업에서 나옵니다.
업이란 뭡니까?
하루하루 익히는 생활양식이에요.
생각이라든가 먹는 음식이라든가 생활습관
이것이 건강하게도 만들고 병도 만듭니다.
중생의 병은 업에서 나옵니다.

보살의 병은 어디에 있는가. 자비심.
유마경에 중생이 앓기 때문에 내가 앓는다는 말씀이 있잖습니까.
어머니들은 자식이 아플 때 같이 앓잖아요.
이게 정상적인 경웁니다.
자식이 밤새 잠 못 자고 앓을 때 같이 앓는 거예요.
그게 어머니예요. 생명의 뿌리니까..
그런데 자식이 앓고 있는데도 한쪽에서 쿨쿨 자고 모른 체 한다면
그건 어머니가 아니에요.
가짜예요.
이게 누가 시켜서 그런게 아닙니다.
원천적으로 자식이란 것은 모태에서 나온 가지 아닙니까?
뿌리에서 파생된 가지라고요.
가지가 앓을 때 뿌리가 앓지 않을 수 없는 겁니다.

중생의 병은 업에서 나오지만
보살(어머니들이 보살이지요)의 병은 자비심에서 나오는 겁니다.
그런데 이건 정상적인 경우고
세상이 이렇게 막 돼가다 보니까
자식이 앓는지 마는지 자기만 생각하고
자기만 헬스클럽 다니고 잘 먹고 지내지
집안 식구들이 어떻게 되는지 모르는,
이런 희한한 사람도 더러 있잖아요?

모든 게 선지식이에요.
우리 앞에는, 배우려고 하는 사람들에게는
둘레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선지식입니다.
좋은 일은 좋은 일대로 언짢으면 언짢은 대로
우리의 삶에 교훈을 주고 있어요.
좋은 일이라면 본받아야겠지만
좋은 일이 아니라면 본받을 필요가 없는 겁니다.

몸에 병 없기를 바라지 말라.
몸에 병이 없으면 탐욕이 생기기 쉽다.
그래서 성인이 말씀하기를 '병고(病苦)로써
양약(良藥)을 삼으라' 하셨느니라.

다시 말하면 순경계가 아닌 역경계에서
그걸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하는 처세훈입니다. 


*출처 : 다음까페 "가장 행복한 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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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왕삼매론 두번째 
허망을 내 마음에서 버릴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