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순아, 그 자리에 가만 있거라 / 법정스님   2019-10-11 (금) 09:01
도솔암   46



'봉순아, 그 자리에 가만 있거라'
                                                       / 법정스님

내가 최근에 한 경험 하나 얘기할까요?
얼마 전 단발머리 소녀의 그림을 하나 얻어서
오두막 한쪽 벽에 걸어놓았는데,
오두막 분위기를 다르게 만들더라고요.
마음이 아주 정결해지고,
풋풋해지고, 따뜻해지는 게 느껴졌습니다.
그림 속 소녀의 이름을 '봉순'이라고 짓고
가끔 "봉순아!" 부르며
혼자 두런두런 얘기도 하고 그럽니다.
처음에는 응답이 없더니 한 2,3일 지나니까 메아리가 있어요.
표정이 달라지는 게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이런 생각을 해봤어요.
만약 저 봉순이가 액자에서 나와
차 시중도 들고 청소도 거들고 하면 어떨까, 하고 말이지요.

그런데 답은 '아니다'였어요
만약 그런다면 내 풋풋한 마음이 사라지고
오히려 그 아이가 부담스러워질 것 같아서요.
그래서 "얘, 봉순아. 그 자리에 가만 있거라.
네가 그 자리에 가만히 있는 것만으로도
나한테 충분한 가치가 있으니 말이다.
나는 너에게 다 바랄 것이 없다"라고 얘기했습니다.
나 사는 곳에 진달래가 피면 한 아름 꺾어다
봉순이 품에 안겨줄 생각입니다."  

사랑이라는 건 내 마음이 따뜻해지고 풋풋해지고
더 자비스러워지고 저 아이가 좋아할 게
무엇인가 생각하는 것이지요.
사람이든 물건이든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한데
소유하려고 하기 때문에 고통이 따르는 겁니다.

누구나 자기 집에 도자기 한 두 점 놓아두고 싶고
좋은 그림 걸어두고 싶은 건 인지상정이지만,
일주일 정도 지나면 거기 그림이 있는지도 잊어버리게 됩니다.
소유란 그런 거예요.
손 안에 넣는 순간 흥미가 없어져 버리는 것이지요.
하지만 단지 바라보는 것은
아무 부담 없이 보면서 오래도록 즐길 수 있습니다.
내가 가진 것은 없지만 박물관에 가서
좋은 그림들을 보고 나면 기분이 참 좋아져요.
시시한 사람 몇 명 만난 것보다 훨씬 기분이 좋아요.

그런데 만일 그것들이 내 소유였다면
잘 보관하고 도둑맞지 않게
간수 하느라고 그렇게 바라볼 여유가 없을 거예요.
거기 그렇게 있기 때문에 나는 필요할 때
눈만 가지고 가서 보고 즐기면 되는 겁니다.

그런 낙천적인 태도를 가져야 하지 않을까요.
보는 눈만 있으면 자기 것을 가지려고 애쓰는 것보다
훨씬 여유 있게 그 사물의 본질을 파악할 수 있어요.
소유하려 들면 텅 빈 마음으로
바라볼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사라집니다.
소유로부터 자유로워야 해요.
사랑도, 대인 관계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출처 : 다음까페 "가장 행복한 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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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비도 외상이 되나요? 
소유한다는 것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