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너무 힘들 때, 나를 살린 편지 한 통<박찬호>   2019-06-26 (수) 08:29
도솔암   76



[BTN '내 안의 나를 찾다' 박찬호]


제가 아주 힘들 때, 편지를 한 통 받았어요.
어떤 분이 보낸 것인데.. 크게 사업을 하다가 IMF때 쫄딱 망하셨대요.
빚쟁이들한테 시달리다가 너무 힘들어서.. 마포대교로 가셨다고 합니다.
뛰어내리려고 신발을 벗고 하다가 문득 생각이 났는데
'아 참, 오늘 박찬호 경기 있는데..'
그래서 '죽을 때 죽더라도 박찬호 경기나 보고 죽어야겠다.' 하고
다시 신발을 신고 집으로 가셨대요.
인생에 마지막으로 보는 경기인데 마음 속으로 얼마나 응원을 했겠어요!
그런데 그날따라 박찬호가 박살이 난 거예요.
한 이닝에 만루홈런을 두 개나 맞고..난리가 난 거예요 ㅎㅎ
너무나 박살이 나서 3이닝도 못 던지고 내려왔습니다.

그분은 너무 화가 나서 '에이, 그냥 죽어버릴 걸.. 괜히 마음만 더 상했네.'
그래서 다시 마포대교로 갔는데.. 또 이런 생각이 들더래요.
'죽을 때 죽더라도 한 경기만 더 보고 죽을까?' 그날 경기가 너무 아쉬워서..
그런데 문제는.. 한 경기 더 보려면 4일을 기다려야 해요.
4일 동안 또 시달려야 하잖아요. 도망다녀야 하고.. 노숙해야 하고..
그래도 기다렸다가 야구를 봤대요.
그런데 그날은 박찬호가 너무너무 잘 던진 거예요.
7이닝 동안 1점만 내주고, 승리투수가 되고..
너무나 기뻤대요. 보고 싶은 거 봤고, 기쁨도 느껴봤으니까..

그래서 다시 마포대교로 가려다가 뭔가 번쩍, 깨달음을 얻었대요.
'아니, 천하의 박찬호도 그렇게 망가질 때가 있는데.. 투수 같지도 않고 엉망이다가
오늘은 또 이렇게 대단하게 잘 하고.. 찬사를 받는 저 모습..'
그간 4일 동안 얼마나 많은 생각을 하셨겠어요?
'박찬호 저거.. 어떤 심정일까?' 안타까운 그 마음..
죽으려고 하던 분이, 박찬호 걱정을 하다가 경기를 봤더니 그렇게 잘 해..
그때 이런 생각이 들더래요.
'혹시 내 인생도.. 다시 도전하면 박찬호처럼 다시 일어나지 않을까? 오늘 경기처럼..'

그래서 마음을 돌리셨대요.
'다시 해보자! 밑바닥부터 다시 한 번 해보자!'
제가 슬럼프에 빠져서 무척 힘든 상황을 겪고 있을 때 그 편지를 보내면서
'당신은 삶을 포기했던 나에게 새로운 삶을 준 영웅이다.
나는 그때 다시 시작해서 지금은 수많은 직원들을 거느린 기업의 사장으로 재기하였다.
그거 아냐? 당신 마음이 한 번 바뀜으로 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주는지?'
다시 한 번 해보라고.. 포기하지 말라고.. 그리고 괜찮다고..
그런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그 편지를 보고 너무나 힘을 얻었어요.
그때 사실 저는 무척 힘들었거든요.
야구장 가면 동료 선수들, 감독 만나는 게 너무 힘들고 두렵고..
기자만 만나면 너무 힘들고.. 구단주만 오면 화장실로 도망가야 했고..
너무 미안해서.. 나한테 그렇게 기대를 하고 큰 돈을 주고 데려왔는데
이렇게 보잘것없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게 너무 창피하고, 미안하고..
그런 시간의 연속인 하루하루가 너무 괴로워서.. 수면제를 모아 놓았어요.
잠을 못 자니까.. 팀닥터한테 받은 수면제를 먹은 것처럼 하고..
나중에는 막 두 알, 세 알 먹어도 안 들었거든요.
수면제를 모아 놓았어요. 그게 제일 편할 거 같아서..
그렇게 삶을 포기하려고 할 때.. 그 편지를 받은 거예요.

한참 동안 명상을 하고 나니까 '혹시~'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혹시 내일은 좀 달라지지 않을까?'
명상을 다 끝내고 거울을 보았어요.
얼굴이 흠뻑 젖어 있어요.. 눈물로..
저는 제가 우는 모습을 처음 보았어요.
거울 속에 있는 그 친구가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그 친구한테 기회를 한 번 더 주고 싶었어요.
아까 그분이 마포대교에서 4일의 기회를 더 준 것처럼..

다음 날, 야구장을 갔어요.
그리고 나를 두렵게 하던 사람들을 먼저 찾아가서 인사를 했어요.
내가 잘 할 때에는 먼저 찾아와 인사를 해주던 사람들이 안 그러니까
너무 힘든 거예요.. 너무 부끄럽고.. 그 사람들이 나를 싫어하는 것 같았어요.
감독한테도 가서 먼저 인사하고.. 선수들도 잘 하면 잘 했다고, 못 하면 격려차 엉덩이 두드려 주고..
구단주한테도 먼저 다가가 인사하고.. 그러는 동안에 잠깐 잠깐씩 용기가 필요했어요.
'갈까 말까..' 하다가 '에이 뭐, 어차피 죽을 건데 뭐~'

내가 그러면 사람들이 이상해 할 줄 알았어요.
'쟤가 갑자기 왜 저러지? 약 먹었나?'
그런데 아니었어요. 예전처럼 자연스럽게 인사를 하는 거예요.
그래서 알았어요. 그 사람들은 저에게 나쁜 감정이 있는 게 아니라
저에게 스페이스, 공간을 주고 싶었던 거예요. 힘든 걸 아니까..

그러고 집에 와서 명상을 하는데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혹시 착각을 하고 있는 건 아닐까?'
그 사람들은 나를 싫어하지 않는데 싫어한다고..
제가 처음 미국 갔을 때 그런 일이 너무 많았거든요.
영어를 모르니까.. 자기들끼리 웃으면 꼭 나를 비웃는 것 같고..
자기들끼리 심각하게 이야기를 하면 꼭 나를 욕하는 것 같고..
사실은 내 얘기 한 것 아닌데.. ㅎㅎ
그렇게.. 내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 지에 따라서 환경이 변해요.
내 마음에 어떤 스위치를 켜느냐.. 나의 선택입니다.

그래서 저 자신에게 다시 한 번 기회를 주고.. 용기를 갖고..
그러니까 두려울 게 없더라구요.
내일 게임에 망가져도.. 기사에 안좋은 것들 올라와도 상관이 없더라구요.

뭐 여차하면 죽으면 되지.. 이런 생각이 드니까 괜찮았어요.

그러다 보니까 점점 허리 통증도 없어졌어요.
약을 그렇게 많이 먹고 치료를 받아도 안 없어지던 통증이..
그렇게 아프던 통증이.. 약도 안 먹는데.. 생각만 바꿨는데 안 아픈 거예요.
그래서 또 알았어요. '아, 이 통증은 내 기억 속에 있는 거였구나~
병으로 인해서 겪었던 고난 때문에, 그 상처가 기억으로 남아 있었던 거죠.
그래서 뭔가 안좋은 상황이 오면, 책임을 전가할 대상이 필요했던 겁니다.
그것 때문에 그랬다고.. 핑계를 대고 싶었던 거죠.
그런데 자신한테 용기를 주고.. '내일은 괜찮을 거야..
안 괜찮으면 또 어때? 다시 한 번 해보면 되지..
그러다가 허리 뿌러지면 은퇴하지 뭐~'
이런 생각으로 하니까.. 정말 그런 말 있잖아요..
'죽음을 각오하면 살 것이고, 살려고 하면 죽을 것이다.'
정말 그랬습니다. 두려움 속에 뛰어들면 두려움이 없어요.
그러나 '그것 때문에 안 되는데, 그것 때문에 안 되는데..' 하면
그것은 늘 있어요.

*출처 : 불교는 행복 찾기, 다음까페 "가장 행복한 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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